반응형 도시의풍경1 비어 있는 자리는 늘 비어 있지 않았다. 빈자리가 남긴 시간의 흔적사람들은 흔히 말한다. “노약자석이 비어 있길래 앉았다.” 그 말은 맞는 말이다. 형식적으로, 물리적으로, 실제로 그 자리는 비어 있었다.하지만 나는 그 자리에 처음 앉던 날 그 빈자리에서 무언가 묵직한 것을 느꼈다. 비어 있는 것 같은데, 전혀 비어 있지 않은 자리. 그곳은 누군가의 숨결이, 누군가의 쉼표가, 누군가의 마지막이 스며든 곳이었다.빈 자리에 남은 것들처음으로 노약자석에 앉고 나서야 나는 그 자리가 단순한 ‘의자’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등받이에 살짝 눌린 형상, 천 위에 묻은 시간의 먼지, 때로는 묻어나 있는 약 냄새. 그 자리는 그저 누군가 앉았다가 떠난 자리가 아니었다. 그 자리를 스쳐간 수많은 사람의 인생이 보이지 않게 눌어 있었다.지하철은 달리고, 사람들.. 2025. 8. 23. 이전 1 다음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