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반응형

도시의피로3

앉을 수 있는 자리는 사치다. 앉을 자리가 귀해진 시대앉을 수 있는 자리는 사치다지하철 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한꺼번에 밀려 들어온다. 시선은 앞쪽 좌석에 꽂혀 있다. 앉을 수 있을까. 이미 누가 앉았을까. 순간적으로 계산이 시작된다. 빈자리는 몇 개, 서 있는 사람은 몇 명, 그리고 나의 순서는…?그 몇 초의 눈치싸움. 지금의 도시는 거기서부터 하루가 시작된다.자리는 단순한 의자가 아니다지하철 좌석은 단지 앉는 공간이 아니다. 그건 ‘조금이라도 덜 피로하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권리’다. 이른 새벽부터 나왔거나, 어젯밤 늦게까지 일했거나, 혹은 단순히 너무 지친 사람에게는 그 몇 정거장의 앉음이 오늘 하루를 지탱할 유일한 휴식일 수도 있다.그래서 자리를 둘러싼 눈빛에는 절박함이 묻어 있다. ‘앉고 싶다’가 아니라, ‘앉아야 오늘 .. 2025. 8. 12.
하루의 시작은 밀려드는 무표정에서 시작된다 무표정이 쌓여 하루를 여는 지하철 풍경하루의 시작은 밀려드는 무표정에서 시작된다아침 7시 42분. 지하철 2호선, 환승역을 통과하는 시간. 문이 열리는 순간, 사람들은 마치 훈련된 무리처럼 일제히 밀려든다. 한 줄로 늘어선 대기열은 침묵으로 가득 차 있고, 그 얼굴들엔 어떤 감정도 없다. 무표정. 그게 이 도시의 아침이다. 출근길의 수많은 표정들은 전부 지워져 있다. 화남도, 기쁨도, 당혹도 없다. 다만, ‘아무 표정 없음’만이 반복되는 시간대에 자리 잡고 있다. 왜 우리는 무표정을 선택하는가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굳은 얼굴, 반쯤 감긴 눈, 닫힌 입. 대부분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세상과 자신 사이에 벽을 세운다. 혹은 음악 속으로 피신하듯 이어폰을 끼고 눈을 감는다.이 무표정은 그냥 ‘졸림’이나 ‘.. 2025. 8. 11.
지하철의 무게 – 같은 자리, 다른 인생 지하철 의자 위의 인생들 – 똑같지만 전혀 다른 하루지하철의 무게 – 같은 자리, 다른 인생매일 아침 지하철에 탄다. 피곤함을 몸에 두른 채, 무거운 어깨를 끌고, 고요한 군중 속으로 밀려든다. 같은 시간, 같은 칸, 같은 자리. 하지만 그 안에 앉은 사람들의 인생은 단 한 번도 같았던 적이 없다. 누구는 출근 중이고, 누구는 병원으로 향한다. 누군가는 이직 면접을 보러 가고, 누군가는 막 해고당한 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른다. 누군가는 학교에 지각 중이고, 누군가는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사람을 만나러 간다. 그리고 그 모든 인생들이, 이 작은 칸 안에 잠시 스쳐간다.아무도 묻지 않는 질문, "괜찮으세요?"얼굴에 붙인 무표정, 이어폰 속으로 숨어든 시선, 입을 꾹 다문 표정들. 사람들은 서로를 보지 않는.. 2025. 8. 11.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