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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관해를꿈꾸며4

내일도, 다시 이 길을 걸을 수 있기를 내일도 걸을 수 있다는 작은 기도지하철 임당역의 계단을 오른다. 오늘도 무사히 병원에서 돌아왔다. 몸은 여전히 무겁고, 가끔은 발끝부터 쑤시듯 피로가 올라온다.하지만 지금 나는, 다시 일어섰다. 오늘 하루를 버텼고, 이제는 집으로 가는 길이다.지하철은 매일 같지만, 내 마음은 다르다임당에서 강창까지, 이 익숙한 3정거장은 이제 나에게 ‘인생의 축소판’처럼 느껴진다.기대감, 두려움, 안도, 지침, 위로. 그 모든 감정이 하루 동안 이 선로 위에서 일어난다.그리고 매일매일, 이 정해진 길을 반복하면서 나는 조금씩 회복되어 간다.다음 날을 바란다는 것은 용기다내일도 이 길을 걷고 싶다. 비가 오든, 몸이 아프든, 나는 다시 임당역으로 나올 수 있기를 바란다.그리고 강창역까지 천천히라도, 무사히 도착할 수 있기.. 2025. 9. 14.
창밖으로 흐르는 풍경, 오늘은 왜 이리 아름답지 왜일까, 오늘은 창밖이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강창에서 임당으로 돌아오는 지하철. 객차 유리창 너머 풍경이 오늘은 유독 선명해 보였다.하늘은 맑고, 구름은 얇은 솜처럼 가볍게 떠 있었고, 도로 위로는 출근길의 분주함이 빠져 나른하고 평화로운 정오의 공기가 그림처럼 퍼져 있었다.암을 겪기 전엔 몰랐던 아름다움병을 진단받기 전, 나는 늘 핸드폰만 들여다보며 창밖을 지나쳤다. 풍경은 배경음악처럼 스쳐 지나가는 것이었고, 내게 중요한 건 오로지 목적지뿐이었다.하지만 치료를 시작하고 나서, 나는 멈출 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바라보는 법을 배웠다. 특히 ‘창밖’이라는 이 좁은 세계 안에서.창 밖 풍경에 가슴이 미어지는 날어느 날은 창밖의 나무 한 그루에 눈이 멎는다. 잎이 흔들리는 작은 떨림이 내 몸속의 불안과 묘하.. 2025. 9. 13.
암 치료의 여정 -버텨낸 하루의 증명서, 돌아오는 열차 안에서 임당에서 강창까지, 완전관해를 꿈꾸며 강창역 플랫폼에 다시 섰다. 진료를 마친 오후, 몸은 천근처럼 무겁다. 그러나 마음 어딘가에는 묵직한 만족감이 말없이 눌러앉아 있다.오늘도 다녀왔다는 사실, 다시 돌아가는 열차를 기다릴 수 있다는 것, 그 자체가 작지만 분명한 승리다.나를 증명해주는 건 결과지가 아니라 이 귀갓길이다의사 앞에서 받은 혈액검사 결과지보다 지금 이 열차 안에 앉아 있다는 사실이 훨씬 더 명확하게 오늘을 버텨냈다는 걸 증명한다.숫자는 해석의 여지가 있지만 몸에 스민 피로감, 앉자마자 느껴지는 안도의 한숨, 손끝의 묵직한 탈력감은 분명히 ‘살아낸 자의 감각’이다.지친 몸을 맡긴 객차 안, 이곳이 내 쉼터다사람들 틈에 조용히 앉아 나는 등을 기댄다. 마치 객차 전체가 내 몸을 감싸주는 듯하다... 2025. 9. 4.
암 치료 여정-누군가와 나란히 앉아 있다는 것만으로 임당역에서 강창역까지, 완전관해를 꿈꾸며나는 요즘 지하철 좌석에 앉는 일이 사치처럼 느껴진다. 이른 아침, 임당역에서 출발해 강창역까지 가는 길....여러 정거장을 지나치면서 어쩐지 좌석 하나에 앉게 되면 오늘은 살아 숨쉴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든다.어제는 한 노년의 남자와 오늘은 한 학생과 그리고 또 다른 날은 말 없는 중년 부부와 내 몸의 몇 센티를 나란히 했다.그들은 나를 모른다, 나는 그들을 안다그들은 내가 병을 앓고 있다는 걸 모른다. 완전관해를 꿈꾸며 이 지하철에 오르는 이유도, 며칠째 잠을 못 잔 얼굴이라는 것도, 어쩌면 오늘 아플까 봐 긴장하고 있다는 것도.하지만 나는 안다. 그들의 피곤한 눈동자에서 그들도 나름의 싸움을 하고 있다는 것을.그 누구도 가볍게 이 도시를 지나가는 사람은 .. 2025. 9.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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