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도, 다시 이 길을 걸을 수 있기를
내일도 걸을 수 있다는 작은 기도지하철 임당역의 계단을 오른다. 오늘도 무사히 병원에서 돌아왔다. 몸은 여전히 무겁고, 가끔은 발끝부터 쑤시듯 피로가 올라온다.하지만 지금 나는, 다시 일어섰다. 오늘 하루를 버텼고, 이제는 집으로 가는 길이다.지하철은 매일 같지만, 내 마음은 다르다임당에서 강창까지, 이 익숙한 3정거장은 이제 나에게 ‘인생의 축소판’처럼 느껴진다.기대감, 두려움, 안도, 지침, 위로. 그 모든 감정이 하루 동안 이 선로 위에서 일어난다.그리고 매일매일, 이 정해진 길을 반복하면서 나는 조금씩 회복되어 간다.다음 날을 바란다는 것은 용기다내일도 이 길을 걷고 싶다. 비가 오든, 몸이 아프든, 나는 다시 임당역으로 나올 수 있기를 바란다.그리고 강창역까지 천천히라도, 무사히 도착할 수 있기..
2025. 9. 14.
노약자석-이 자리에서, 나는 더 천천히 살아간다.
노약자석-이 자리에서 배운 것, 느리게 사는 법지하철의 속도는 언제나 빠르다. 도시는 빠르게 움직이고, 사람들은 그 속도를 쫓느라 자신의 숨소리조차 듣지 못한 채 살아간다.하지만 노약자석에 앉은 나는 그 흐름에서 잠시 벗어난다. 나는 이 자리에서 비로소 천천히 살아간다.이곳은 멈춤의 자리다빠르게 움직이던 나날 속에서도 지하철에 앉는 순간, 나는 비로소 쉰다.특히 노약자석은 ‘쉼’이 허락된 유일한 구역 같다. 양보하지 않아도 되고, 눈치 보지 않아도 되는, 그 자체로 인정받는 정지의 공간.나는 이 자리에서 멈춘다. 몸도, 생각도, 시간도. 그리고 그 멈춤은 결코 패배가 아니다.천천히 살아간다는 건 늦어진다는 게 아니다예전엔 무조건 빨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뛰어야 하고, 달려야 하고, 남들보다 앞서야만 가치..
2025. 9.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