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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순환2

비어 있는 자리는 늘 비어 있지 않았다. 빈자리가 남긴 시간의 흔적사람들은 흔히 말한다. “노약자석이 비어 있길래 앉았다.” 그 말은 맞는 말이다. 형식적으로, 물리적으로, 실제로 그 자리는 비어 있었다.하지만 나는 그 자리에 처음 앉던 날 그 빈자리에서 무언가 묵직한 것을 느꼈다. 비어 있는 것 같은데, 전혀 비어 있지 않은 자리. 그곳은 누군가의 숨결이, 누군가의 쉼표가, 누군가의 마지막이 스며든 곳이었다.빈 자리에 남은 것들처음으로 노약자석에 앉고 나서야 나는 그 자리가 단순한 ‘의자’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등받이에 살짝 눌린 형상, 천 위에 묻은 시간의 먼지, 때로는 묻어나 있는 약 냄새. 그 자리는 그저 누군가 앉았다가 떠난 자리가 아니었다. 그 자리를 스쳐간 수많은 사람의 인생이 보이지 않게 눌어 있었다.지하철은 달리고, 사람들.. 2025. 8. 23.
도착 역은 없다 – 우리는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 끝은 없는 여정 – 우리는 어디로 가는 걸까매일 아침과 저녁, 수많은 사람들을 태운 지하철은 정해진 노선을 따라 달린다. 그 노선표엔 분명한 이름들이 적혀 있다. 종착역, 환승역, 주요 거점들. 사람들은 그 중 하나를 택하고, 타고, 내리고, 떠난다. 하지만 나는 종종 묻는다. 정말 우리는 어딘가를 향해 가고 있는가? 우리는 늘 목적지를 말한다. 집, 회사, 학교, 병원, 약속 장소. 하지만 그 도착지는 ‘삶의 종착역’이 아니다. 내린 뒤에도 또 다른 목적지를 향해 움직여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 삶엔 정말 도착 역이 존재하는 걸까.반복되는 이동, 끝나지 않는 여정지하철 안에서 나는 수없이 많은 ‘이동하는 사람들’을 본다. 하지만 그 이동이 반드시 ‘나아가는 것’은 아니다. 가끔은 멈춰 서기 위해, 가끔.. 2025. 8.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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