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은 없는 여정 – 우리는 어디로 가는 걸까
매일 아침과 저녁, 수많은 사람들을 태운 지하철은 정해진 노선을 따라 달린다. 그 노선표엔 분명한 이름들이 적혀 있다. 종착역, 환승역, 주요 거점들. 사람들은 그 중 하나를 택하고, 타고, 내리고, 떠난다. 하지만 나는 종종 묻는다. 정말 우리는 어딘가를 향해 가고 있는가?
우리는 늘 목적지를 말한다. 집, 회사, 학교, 병원, 약속 장소. 하지만 그 도착지는 ‘삶의 종착역’이 아니다. 내린 뒤에도 또 다른 목적지를 향해 움직여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 삶엔 정말 도착 역이 존재하는 걸까.
반복되는 이동, 끝나지 않는 여정
지하철 안에서 나는 수없이 많은 ‘이동하는 사람들’을 본다. 하지만 그 이동이 반드시 ‘나아가는 것’은 아니다. 가끔은 멈춰 서기 위해, 가끔은 되돌아가기 위해, 또 가끔은 도망치기 위해 이동하는 사람들도 있다. 어쩌면 우리는 늘 움직이지만, 진짜 어딘가에 닿는 일은 드물다.
우리의 삶도 닮아 있다. 무언가를 향해 나아간다고 믿고 있지만, 어쩌면 그건 익숙한 반복일지도 모른다. 목표가 있다는 사실이 꼭 목적이 있다는 뜻은 아니다. 가끔은 그저 ‘가는 중’이 전부인 경우도 있다.
목적지 없는 여정의 의미
지하철은 무심히 달린다. 종착역에 도착해도 몇 분 뒤 다시 반대편으로 출발한다. 그건 끝이 아니라 순환이다. 삶도 그렇다. 어디에 도착했다는 생각이 들 때조차, 우리는 다시 새로운 출발을 준비한다.
‘도착’은 착각이다. 진짜 의미는 그 도착에 이르기까지의 시간 속에 있다. 좌석에 앉아 스쳐가는 얼굴들을 바라보고, 이어폰 속 음악에 잠기고, 창문 속 자신을 마주하며, 숨 고르기를 하는 그 짧은 순간들. 그게 진짜 삶이다.
“어디로 가세요?”라는 질문
어느 날 지하철에서 옆자리에 앉은 노인이 물었다. “학생은 어디로 가는 중이에요?” 그 질문은 단순한 이동 경로를 묻는 말이었겠지만, 나는 그날 이상하게 깊게 박혔다. “어디로 가고 있는가?” 정말 어디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가. 가고 싶은 곳인가, 가야만 하는 곳인가.
우리는 삶을 지하철처럼 타고 있다.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노선에, 정해진 목적지를 따라. 하지만 가끔, 아주 가끔은 물어야 한다. 나는 왜 이 방향에 탔을까? 이 길이 진짜 내가 원하는 길일까?
도착하지 않아도 괜찮은 삶
많은 이들이 삶에서 ‘확실한 종착역’을 원한다. 완벽한 안정, 완성된 행복, 흔들림 없는 삶. 하지만 그런 역은 없다. 모두가 그렇게 믿고 달리지만, 도착지는 늘 흔들린다. 삶은 완성되지 않는다. 삶은 계속된다.
그래서 나는 이제 종착역을 기대하지 않는다. 대신 오늘 이 한 정거장만큼의 시간을 귀하게 여긴다. 그 안에서 만난 사람, 떠오른 생각, 들었던 노래, 스쳐간 풍경. 그것이면 충분하다.
그리고 다시, 문이 열린다
열차는 멈추고, 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내린다. 누군가는 퇴근을, 누군가는 병원을, 누군가는 연인을 향해 걷는다. 나는 아직 내리지 않았다. 어딘가로 가는 중이다. 하지만 그 어딘가가 꼭 도착지일 필요는 없다.
중요한 건, ‘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가면서 느끼고, 가면서 배우고, 가면서 조금씩 바뀌는 것. 그 모든 과정이 모여, 나라는 사람을 만든다.
그래서 나는 말하고 싶다. 도착 역은 없다. 그러나 당신은 충분히 잘 가고 있다고. 그 길이 느려도, 헷갈려도, 멈추더라도. 당신의 속도대로, 당신의 리듬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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