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같은 시간, 같은 칸 – 익숙함 속에서 피어나는 작은 기적
반복되는 하루 속, 같은 칸에서 만나는 특별함오전 7시 52분. 지하철 4호선 당고개 방면 열차. 나는 오늘도 똑같은 시간에, 같은 칸의 같은 문 근처에 서 있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냥 처음 입사하던 날 우연히 잡은 자리가 편했고, 그게 반복되다 보니 루틴이 되었다. 별일 없으면 이 자리는 내 자리다. 나만 그런 건 아니다. 같은 시간대, 같은 칸, 같은 얼굴들이 있다. 우리는 서로의 이름을 모른다. 하지만 어딘가 안다. 누군가는 늘 미간을 찌푸린 채 휴대폰 화면을 보고 있고, 누군가는 눈을 감은 채 정차역을 정확히 맞춰 일어난다. 젊은 커플은 늘 손을 잡고 타며, 어떤 노인은 신문을 단정히 펼친다. 아무 말 없이, 같은 시간에 만나고, 같은 자리에 선다.루틴이라는 이름의 안도감일상이 루틴으로 굳어..
2025. 8. 10.
지하철에서 아이의 웃음소리 – 도시의 속도 속에서 피어나는 생명력
도시의 소음 사이로 스며든 아이의 웃음아침 8시 16분. 출근길 지하철은 언제나처럼 과묵하다. 피곤함이 묻어나는 얼굴들, 눌린 눈두덩이, 서로를 보지 않으려는 시선들. 기계음만이 규칙적으로 흐르고, 그 속도에 맞춰 사람들의 숨소리마저 정제된 듯하다. 그날도 그랬다. 모두가 침묵 속에서 하루를 준비하던 순간, 열차 안을 가르는 한 소리가 터져 나왔다. 작은 아이의 웃음소리. 맑고 가벼운, 그렇지만 공간 전체를 파고드는 힘을 가진, 그런 소리였다.순간, 공기가 바뀌었다웃음은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터졌다. 엄마 품에 안겨 있던 두세 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가 무언가에 깔깔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 웃음은 누구도 방어할 수 없는 종류였다. 억지스럽지 않았고, 일부러 내는 소리도 아니었다. 자연스러웠고, 깨끗했고,..
2025. 8.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