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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잠시 쉬었다 가세요.

노약자석-이 자리에서, 나는 더 천천히 살아간다.

by 갈지로 2025. 9.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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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약자석-이 자리에서 배운 것, 느리게 사는 법

지하철의 속도는 언제나 빠르다. 도시는 빠르게 움직이고, 사람들은 그 속도를 쫓느라 자신의 숨소리조차 듣지 못한 채 살아간다.

하지만 노약자석에 앉은 나는 그 흐름에서 잠시 벗어난다. 나는 이 자리에서 비로소 천천히 살아간다.

노약자석
노약자석

이곳은 멈춤의 자리다

빠르게 움직이던 나날 속에서도 지하철에 앉는 순간, 나는 비로소 쉰다.

특히 노약자석은 ‘쉼’이 허락된 유일한 구역 같다. 양보하지 않아도 되고, 눈치 보지 않아도 되는, 그 자체로 인정받는 정지의 공간.

나는 이 자리에서 멈춘다. 몸도, 생각도, 시간도. 그리고 그 멈춤은 결코 패배가 아니다.

천천히 살아간다는 건 늦어진다는 게 아니다

예전엔 무조건 빨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뛰어야 하고, 달려야 하고, 남들보다 앞서야만 가치 있다고 여겼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천천히 걷는 것에도 의미가 있고, 멈춰 서는 순간에도 삶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노약자석은 그걸 가르쳐줬다. 이제 나는 빨리 가는 사람들을 보며 부러워하기보단 그저 그들을 응원하며 나만의 속도로 하루를 살아간다.

창밖을 보는 시간이 늘어났다

예전엔 스마트폰 화면만 보느라 창밖 풍경을 놓쳤다. 그 흔한 하늘조차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하지만 이 자리에 앉으니 나는 자꾸만 창밖을 보게 된다. 변하는 풍경, 지나가는 사람들, 그 속에 담긴 작은 일상들.

창밖은 내게 말한다.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고. “지금 이대로도 충분하다”고.

작은 감정들이 다시 살아난다

천천히 살아간다는 건 감정을 느낄 틈이 생긴다는 뜻이다.

기분 좋은 날엔 그저 웃음 짓고, 슬픈 날엔 혼자 눈물도 참지 않는다. 예전에는 숨기던 감정들을 이젠 그냥 꺼내어 본다.

그 감정들이 내가 아직 ‘살아 있음’을 증명한다.

이 자리에서 배운 건, 결국 ‘존재의 여유’다

더 이상 애쓰지 않아도 되는 자리. 남들과 경쟁하지 않아도 되는 위치. 그 자리에서 나는 ‘존재 자체로 충분하다’는 사실을 배웠다.

어쩌면 인생이란 그걸 깨닫기 위해 이토록 긴 여정을 지나온 것인지도 모른다.

내일도, 나는 이 자리에서 천천히 살아갈 것이다

이제 나는 더 이상 빨라지려고 하지 않는다. 느린 걸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내가 느린 것이 아니라 이제야 나에게 맞는 속도를 찾아가는 중이다.

내일도, 모레도, 나는 이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의 속도로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이 자리에서 일어나 또 다른 노인이 앉을 때, 그도 천천히 살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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