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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잠시 쉬었다 가세요.

노약자석-그 자리에 앉기까지, 얼마나 오래 걸렸을까

by 갈지로 2025. 8.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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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약자석 – 앉음 뒤에 숨어 있는 오랜 여정

지하철 노약자석이 처음 생겼을 때부터 그 자리는 내 것이 아니었다. 내가 그 자리에 앉기까지, 단순히 '나이'만 지난 건 아니다.

몸이 불편해지는 데 걸린 시간, 마음을 내려놓는 데 걸린 시간, 그리고 그 자리에 스스로를 앉히기까지 얼마나 많은 계절을 지나야 했는지 모른다.

노약자석
노약자석

젊었을 때의 나는, 절대 이 자리에 앉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스무 살의 나는 노약자석을 볼 때마다 “나는 저기 앉을 일 없겠지”라고 속으로 되뇌곤 했다. 그 자리에 앉는다는 건 자신이 늙었다는 걸 인정하는 일 같았다.

나는, 늘 빠르게 움직이고 버틸 수 있는 사람이고 양보할 수 있는 쪽이길 원했다.

그러나 나이를 먹는 건, 생각보다 빠르고 느리다

어느 날부터인가 허리통증이 반복되기 시작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졌고, 지하철에서 손잡이를 잡는 힘이 줄었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일반석에 앉기를 고집했다. 노약자석이 비어 있어도 “아직은 괜찮다”고 스스로를 속였다.

나이를 먹는 건 정말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몸은 빠르게 늙어가는데 마음은 그 사실을 너무도 늦게 받아들인다.

그 자리에 처음 앉았던 날을 잊을 수 없다

병원 진료를 받고 힘겹게 돌아오는 길이었다. 지하철에 탔고, 노약자석 하나가 비어 있었다.

잠깐 망설였다. 누가 보진 않을까? 혹시 누가 "거긴 노약자석인데요"라고 말하진 않을까?

하지만 그날, 나는 처음으로 그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그 감정은 어디에도 설명하기 어려운 묘한 것이었다.

인정하지 않는 시간이 가장 고통스럽다

사실 그 자리의 어려움은 앉는 것 자체가 아니다. '앉아도 되는 나이'가 되었다는 걸 인정하는 과정이 훨씬 더 고통스럽다.

그 고통은, 누가 날 늙었다고 했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를 바라보는 눈이 변해야 하기 때문에 생긴다.

자신의 나이를 받아들이는 일은 숫자를 넘어선 내면의 전환이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앉을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은 가끔씩 그 자리에 조심스럽게 앉는다. 예전처럼 미안해하지도 않고, 누굴 의식하지도 않는다.

단지 “이제는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말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자리까지 오는데 걸린 시간은 나이보다도 마음을 덜어내는 데 걸린 시간이다.

그 자리에 앉기까지, 내 안의 수많은 대화가 있었다

“아직은 괜찮아.” “좀 더 참자.” “남들이 뭐라고 볼까?” “이 정도면 아직 젊은 거지.”

그런 말들을 나는 나에게 수도 없이 했다. 그 모든 마음의 소리를 지나오고 이제는 아무 말 없이 앉을 수 있게 되었다.

말없이 앉을 수 있다는 건,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드디어 평화를 얻은 사람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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