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잡이 위의 하루 – 한 손으로 지탱하는 사람들
한 손으로 버티는 삶 – 손잡이를 잡고 있는 사람들
지하철에서 가장 흔하게 마주치는 풍경 중 하나는 한 손으로 손잡이를 붙잡은 사람들의 모습이다. 그 손은 단지 균형을 위한 것이 아니다. 삶을 지탱하는, 아주 작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버팀이다.
사람들은 출근길마다 손잡이를 잡는다. 서 있는 사람이 많을수록 손잡이는 더욱 절박한 구조물이 된다. 아슬아슬하게 흔들리는 몸을 겨우 붙잡아주는 고리 하나, 그것에 기대 하루를 시작한다.
손잡이를 잡는 손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그 손은 말이 없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굵어진 마디, 자주 벗겨진 손등, 굳은살, 약간 떨리는 손끝. 그건 단순한 신체 일부가 아니다. 그건 그 사람이 견뎌온 시간의 흔적이다.
어떤 손은 젊고 부드럽다. 하지만 그 안에도 불안이 담겨 있다. 미래를 향한 긴장, 출근 준비로 뒤엉킨 정신, 꿈과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는 애씀. 손가락 끝에 힘이 들어가 있다.
이 손으로 얼마나 많은 것을 붙잡아왔을까
아이의 손을 잡던 그 손일 수도 있고, 서류철을 들고 야근하던 그 손일 수도 있다. 때로는 병원 진단서를 받은 손, 때로는 지하철 안에서 휘청대며 쓰러지지 않기 위해 벽을 짚은 손.
지하철 손잡이를 붙잡고 있는 건, 사람의 몸만이 아니다. 불안, 책임, 피로, 기도, 체념. 그 모든 것들이 함께 매달려 있다.
비어 있는 손잡이는 기회다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손잡이 빈 공간을 찾는다. 잡을 수 있다는 건, 버틸 수 있다는 뜻이다. 손잡이를 잡지 못하면, 불안하게 흔들리게 된다. 그건 물리적인 균형만의 문제가 아니다. 심리적인 ‘안정감’까지 흔들린다.
그래서 사람들은 조금 먼 거리라도 손잡이를 향해 팔을 뻗는다. 서로의 공간을 침범하지 않기 위해 조심스럽게, 그러나 분명하게, 그 고리를 붙잡는다.
손 하나로 버티는 게 전부인 시간
지하철 안은 밀착된 공간이다. 하지만 그 안에서 사람들은 고립돼 있다. 서로 부딪혀 있지만, 철저하게 외롭다. 그 속에서 사람들은 손 하나로 중심을 잡는다. 흔들리지 않기 위해, 누군가에게 민폐가 되지 않기 위해, 혹은 그냥 ‘쓰러지지 않기 위해.’
버티는 사람들은 그걸 자랑하지 않는다. 당연한 일처럼 보이지만, 실은 하루하루를 견디는 인간의 가장 치열한 모습 중 하나다.
그 손에, 내가 보였다
문득, 내 손을 내려다봤다. 나도 손잡이를 붙잡고 있었다. 마디가 좀 굵어졌고, 손톱이 짧고, 손바닥엔 작은 굳은살이 박여 있었다.
내가 이 손으로 얼마나 많은 감정을 버텼는지 떠올랐다. 불안한 밤, 피로한 새벽, 무시당했던 회의실, 눈물 흘렸던 계단, 그리고 아무 말 없이 타인들 틈에서 오늘을 시작하는 지금.
그 손은 단단하지 않았다. 하지만 떨어지지 않았다. 나는 이 손으로 내 하루를 붙잡고 있었다.
당신도 지금, 손 하나로 버티고 있겠지
어디선가 또 다른 누군가가 지금 이 순간에도 손잡이를 붙들고 있을 것이다. 아마 그 사람도 무거운 감정과 피로를 손 하나로 버티며 흔들리는 열차 안에서 중심을 잃지 않으려 애쓰고 있겠지.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모른 채 지나치지만 그 손잡이 위에서만큼은 같은 방식으로 살아내고 있다.
📌 함께 읽으면 좋은 글
지하철 안의 침묵 – 낯선 이들과 나누는 조용한 연대감
도착 역은 없다 – 우리는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
'인생-잠시 쉬었다 가세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앉을 수 있는 자리는 사치다. (3) | 2025.08.12 |
---|---|
하루의 시작은 밀려드는 무표정에서 시작된다 (3) | 2025.08.11 |
앉을 수 있는 자리는 사치다. (2) | 2025.08.11 |
지하철의 무게 – 같은 자리, 다른 인생 (2) | 2025.08.11 |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칸 – 익숙함 속에서 피어나는 작은 기적 (3) | 2025.08.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