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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잠시 쉬었다 가세요.

지하철의 무게 – 같은 자리, 다른 인생

by 갈지로 2025. 8.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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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의자 위의 인생들 – 똑같지만 전혀 다른 하루

지하철의 무게 – 같은 자리, 다른 인생

매일 아침 지하철에 탄다. 피곤함을 몸에 두른 채, 무거운 어깨를 끌고, 고요한 군중 속으로 밀려든다. 같은 시간, 같은 칸, 같은 자리. 하지만 그 안에 앉은 사람들의 인생은 단 한 번도 같았던 적이 없다.

 

누구는 출근 중이고, 누구는 병원으로 향한다. 누군가는 이직 면접을 보러 가고, 누군가는 막 해고당한 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른다. 누군가는 학교에 지각 중이고, 누군가는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사람을 만나러 간다. 그리고 그 모든 인생들이, 이 작은 칸 안에 잠시 스쳐간다.

지하철 의자지하철 의자지하철 의자
지하철 의자

아무도 묻지 않는 질문, "괜찮으세요?"

얼굴에 붙인 무표정, 이어폰 속으로 숨어든 시선, 입을 꾹 다문 표정들. 사람들은 서로를 보지 않는다. 왜냐하면 감정을 들키는 순간, 도시에서는 너무 쉽게 무너져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지하철에서 우는 사람을 본 적이 있다. 그 사람은 아주 조용히 울고 있었다. 소리 없이, 고개를 숙인 채. 아무도 그 사람을 바라보지 않았다. 아니, 못 본 척했다. 그게 이 도시의 방식이다. ‘괜찮으세요?’라는 말은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너무 큰 책임이 되어버리니까.

지하철 손잡이를 붙잡은 손의 사연

무심코 바라본 손. 거칠게 튀어나온 핏줄과 마디가 굵어진 손가락. 그 손은 단순히 몸을 지탱하는 것이 아니었다. 무너진 감정을 버텨내는 손, 자식을 키워내는 손, 지친 삶을 움켜쥔 손. 그 한 손으로 하루를 붙잡고 있었다.

지하철 손잡이는 사람의 체중만을 견디는 것이 아니다. 그 손마다 얹혀 있는 삶의 무게를 같이 견뎌낸다. 매일 같은 칸을 돌아다니는 손잡이지만, 그날그날 매달린 손의 이야기들은 달랐다. 하루에도 수백 가지 인생이 그 손을 붙들고 지나간다.

잠든 얼굴들 – 피로라는 이름의 공통 언어

지하철 안엔 이상할 만큼 많은 사람들이 잠든다. 짧은 시간이라도 눈을 감는다. 그건 단순한 수면이 아니라, 탈출이다. 현실을 잠시 닫아두는 피난. 어쩌면 지하철은 도시인들에게 허락된 유일한 '수면의 권리'일지도 모른다.

고개가 흔들려도, 누군가의 어깨에 닿아도, 우리는 깨우지 않는다. 서로의 피로를 잘 알기 때문이다. 아무 말 없이 어깨를 빌려주고, 그 무게를 받아낸다. 그 조용한 배려가, 때로는 하루를 버티게 해준다.

멈추고 싶은 순간, 그러나 열차는 멈추지 않는다

삶이 너무 벅차서, 내리고 싶어질 때가 있다. 지하철처럼 모든 걸 정지시키고, 그냥 어딘가에서 사라지고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열차는 멈추지 않는다. 멈출 수 없다. 우리는 어딘가로 가야 하기 때문이다. 의무든 생존이든 책임이든,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지하철은 계속 달린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한 칸의 무게, 백 개의 고단함

가끔 나는 지하철이 너무 조용해서 무섭다. 그 침묵 속에 담긴 무게가 너무 커서. 웃음도, 말도, 표정도 없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들은 결코 가볍지 않다.

자리를 양보받고 미안한 듯 고개를 숙이는 어르신, 아이의 울음을 막으려 애쓰는 엄마, 누군가와 통화하며 작은 한숨을 삼키는 청년. 그 모두가, 삶을 버티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옆에 함께 있었다.

지하철은 멈추지만, 삶은 멈추지 않는다

종착역에 도착하면 열차는 멈춘다. 그러나 삶은 멈추지 않는다. 한 정거장을 지나 또 한 정거장. 우리의 인생은 늘 다음 역을 향해 달리고 있다. 지치더라도, 흔들리더라도, 내리지 못한 채 그냥 가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그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참 대단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누구에게 인정받지 않아도,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오늘도 지하철을 타고 살아내고 있는 이 모든 사람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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