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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잠시 쉬었다 가세요.

끝없이 반복되는 하루, 그 위에 앉은 나

by 갈지로 2025. 8.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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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풀이되는 일상 속 멈춰 선 그림자

지하철이 멈추고, 사람이 내리고, 다시 사람이 탄다. 출근, 점심, 퇴근, 야근, 그 모든 단어들이 반복된다. 그리고 나는 그 위에, 오늘도 앉아 있다.

어제와 다르지 않은 노선, 익숙한 칸, 그 안의 낯선 표정들. 하지만 이 도시의 대부분은 그 낯섦에 익숙해진 사람들이다.

되풀이되는 일상 속 멈춰 선 그림자
되풀이되는 일상 속 멈춰 선 그림자

‘어제와 똑같은 오늘’을 견디는 사람들

눈을 뜨고, 출근하고, 일하고, 집에 가고, 자는 것까지도 반복. 그 반복은 지루함이 아니라 생존의 방식이 되어버렸다.

지하철은 그 반복을 잇는 연결선이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말하지 않는 하루의 시작과 끝, 그 중심.

한 칸 안에 들어찬 ‘지나간 감정들’

지하철 한 칸 안에는 수많은 하루가 담겨 있다. 방금 면접을 본 사람, 이별을 겪은 사람, 막 결혼식을 마치고 돌아가는 사람도 있다.

그들은 모른 척 나란히 앉아, 각자의 반복을 꿰매고 있다. 말은 없지만, 숨은 분명히 섞여 있다. 그 공기가 삶이다.

지루하지만 놓칠 수 없는 하루

반복은 사람을 무디게 만들지만, 반복이 없다면 삶은 더 쉽게 무너진다. 루틴은 구속이자 구조다.

그래서 우리는 그 안에서 아주 작은 틈을 찾는다. 이어폰으로 듣는 노래 한 곡, 창밖을 스치는 햇빛 한 조각, 누군가의 웃음소리 하나.

무표정한 얼굴들 뒤의 이야기를 상상한다

가끔은 같은 칸에 탄 사람들의 삶을 상상한다. 이 사람은 어떤 하루를 보냈을까. 저 사람은 무슨 고민을 안고 있을까.

그런 상상은 잠깐이지만, 인간으로서의 감각을 되찾게 해준다. 무뎌지는 와중에도 아직 나의 마음은 살아 있다는 증거.

도시는 똑같지만, 나는 조금씩 변하고 있다

지하철은 변하지 않는다. 경로도 같고, 풍경도 비슷하다. 하지만 매일 앉아 있는 나는 조금씩 다르다.

어떤 날은 지쳐 있고, 어떤 날은 희망이 있다. 어떤 날은 고요하고, 어떤 날은 벅차다.

그 모든 상태를 감싸는 공간, 그게 지하철이다.

지하철 위의 나는, 그냥 버티는 중이다

화려한 꿈도, 대단한 목표도 아니다. 그냥 오늘을 넘기는 것. 그게 전부다.

그런데 그것이 얼마나 위대한 일인지, 사람들은 잘 모른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한 번도 포기하지 않은 것. 그게 바로 살아 있는 증거다.

지하철은 달리고, 나는 멈춘다

어쩌면 이 도시에서 우리가 온전히 멈출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은 달리는 지하철 안일지도 모른다.

그곳에서 사람들은 앉고, 생각하고, 무너지고, 회복하고, 그러다 다시 일어난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같은 자리에 앉아 조용히 숨을 고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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