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느낌을 지켜보는 나의 침묵
지하철 안에서 누군가 울고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그 순간 공기는 다르게 흐른다. 모두가 모른 척하지만, 누구도 그 장면을 완전히 외면하지 못한다.
도시는 무표정하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정말 그런가? 그 좁은 칸 안에서 흐느끼는 한 사람을 마주한 우리는 그 누구보다 많은 감정을 동시에 겪는다.
울음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
지하철에서 우는 사람은 대개 소리를 내지 않는다. 입을 꾹 다물고, 눈물만 흐른다. 손등으로 닦거나, 모자나 머리카락으로 가린다. 그 울음은 아주 조용하지만, 칸 전체를 잠식한다.
옆자리 사람도, 마주 앉은 사람도 그 사실을 모를 수 없다. 우리는 소리가 아니라 ‘기운’을 느낀다. 슬픔은 진동처럼 퍼져 나간다.
무슨 일이 있었을까
누군가는 연인을 잃었을지도 모르고, 누군가는 병원에서 나오는 길일지도 모른다. 갑작스레 해고를 당했거나, 그냥 오늘 하루가 너무 무너져버린 것일지도.
하지만 우리는 묻지 않는다. 그 울음을 방해하고 싶지 않다. 어쩌면 그 사람은, 지금 아무 말도 듣고 싶지 않을 것이다.
무언의 동참
울고 있는 사람 곁에 앉아 있는 나. 내 몸은 가만히 있지만, 마음은 움직인다. 가방을 살짝 옮겨 공간을 넓혀준다. 기침이나 한숨도 조심하게 된다. 말 한 마디 건네지 않아도, 나는 그 슬픔을 함께 느낀다.
그건 묵묵한 동참이다. 그 사람은 모르겠지만, 나는 지금 그 옆에서 작게 울고 있다.
함부로 말을 걸 수 없다는 것
위로는 섣부르다. 괜찮냐는 말이 오히려 상처가 될 수 있다. 누군가는 그저 혼자 울고 싶을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말 대신 침묵을 택한다.
하지만 그 침묵은 무책임이 아니다. 그건 깊은 존중이다. 당신의 감정에 내가 손대지 않겠다는, 그러나 당신을 혼자 두지도 않겠다는 표현이다.
슬픔은 퍼진다, 동시에 지지받는다
기차는 멈추지 않고 간다. 슬픔을 싣고, 울음을 숨기고, 우리는 각자의 목적지로 간다. 하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누군가의 감정은 분명 공유된다.
울음은 혼자지만, 그 울음을 느끼는 사람은 여럿이다. 그것만으로도 사람은 조금 덜 외로워질 수 있다.
말하지 않아도, 함께 있어준다는 것
어떤 날은 내가 우는 사람이고, 어떤 날은 내가 그 옆에 앉은 사람이다. 그 두 위치를 모두 경험해 본 사람은 안다. 침묵 속에서도 전달되는 진심 어린 ‘존재의 위로’가 있다는 걸.
지하철은 차가운 공간이지만 그 안엔 뜻밖의 따뜻함이 있다. 말 없이 흐르는 눈물, 말 없이 곁을 지키는 사람, 그 둘이 만든 조용한 공감의 장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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