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암 종류에 따른 치료

지하철 창에 비친 얼굴, 낯선 내 모습

by 갈지로 2025. 8. 26.
728x90
반응형
SMALL

임당에서 강창까지, 완전관해를 꿈꾸며 

지하철이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날 때면 창이 거울이 된다. 나는 종종 그 창에 비친 내 얼굴을 본다. 무의식적으로, 습관처럼. 그러나 그 순간마다 나는 짧은 충격을 받는다.

“저게… 나인가?” “이게… 지금의 내 얼굴인가?”

병에 걸리기 전, 나는 종종 ‘자신감’이라는 걸 얼굴 위에 걸치고 살았다. 그게 세상을 살아가는 기본 복장인 줄 알았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피부는 조금 더 거칠어졌고, 눈 밑의 그늘은 지워지지 않는다.

지하철 창에 비친 얼굴
지하철 창에 비친 얼굴

치료가 바꿔놓은 것들

항암 치료는 내 몸을 정직하게 바꿨다. 머리카락, 체중, 눈빛, 그리고 ‘표정’이라는 것을 더 이상 조율하지 않는다. 나는 어쩌면 지금의 내 얼굴을 처음부터 다시 알아가야 하는 중이다.

창에 비친 얼굴은 내가 아는 누군가 같기도 하고, 전혀 모르는 낯선 사람 같기도 하다.

지하철 안은 고요한데, 내 안에서는 묘한 대화가 벌어진다. 이 낯선 얼굴과 익숙한 기억이 충돌하거나, 화해하거나.

그 얼굴을 마주할 용기

어떤 날은 그 얼굴을 외면하고 싶다. 괜히 핸드폰 화면에 눈을 붙이거나, 고개를 돌린 채 창밖의 어둠을 응시한다.

하지만 또 어떤 날은, 그 얼굴을 오래 들여다본다. 처음처럼, 애인처럼, 다시 사랑해보기 위해.

그리고 속으로 중얼거린다. “그래, 너 고생 많았다.” “여기까지 오느라, 참 수고했어.”

그 얼굴은 병의 흔적만은 아니다

사람들은 흔히 암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고통’부터 떠올린다. 그러나 창에 비친 내 얼굴은 단지 병든 얼굴이 아니다.

그건 버텨온 얼굴이고, 살아 있는 얼굴이며, 무너지지 않은 표정이다.

나는 이제 그 얼굴이 낯설면서도 어딘가 편하다. 이 얼굴로 다시 살기로 했기 때문이다.

지하철 창은 하루에 한 번 나를 마주하게 한다

집에서는 잘 하지 않는 일. 거울을 오래 들여다보는 일. 그걸 지하철이 대신 해준다.

나는 그 짧은 터널 구간을, ‘자기 얼굴을 직면하는 시간’으로 삼는다. 거기엔 위선도, 가면도 없다. 오롯한 나만 존재한다.

누군가는 출근 시간에 이메일을 정리하지만 나는 내 표정을 정리한다. 그게 지금 내 삶의 방식이다.

낯선 얼굴과 친구가 되어가는 중이다

어쩌면 인생의 가장 고통스러운 과정은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변해버린 자신을 인정하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조금씩, 그 얼굴과 가까워지고 있다.

지하철 창은 오늘도 묻는다. “너, 괜찮니?” 그리고 나는 대답한다. “응, 아직은 낯설지만… 괜찮아지고 있어.”

 

📌 함께 읽으면 좋은 글   

멍하니-창밖을-보며-아무-생각도-하지-못하는-시간 
끝없이-반복되는-하루-그-위에-앉은-나   

 

728x90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