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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잠시 쉬었다 가세요.

노약자석-젊은 사람들은 그 자리를 바라보지 않는다.

by 갈지로 2025. 8.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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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약자석-외면당한 자리, 그러나 늘 채워지는 곳

지하철에서 가장 조용한 자리는 어디일까. 나는 단연코 ‘노약자석’이라 말하겠다. 누구도 말을 걸지 않고, 누구도 오래 시선을 두지 않는, 조용하고 낯선 침묵의 공간.

요즘 들어 더 자주 느낀다. 젊은 사람들은 이 자리를 거의 보지 않는다. 마치 투명한 벽이 있는 듯, 이 자리 앞을 그냥 스쳐 지나간다.

노약자석-외면당한 자리
노약자석-외면당한 자리

몸은 가까워도, 마음은 멀다

지하철 객차 하나 안에 모두가 타고 있지만 노약자석과 일반석 사이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간극이 존재한다.

젊은 이들은 그 간극을 본능적으로 피한다. 그 자리를 보면 죄책감이 들기 때문일까? 혹은 그 자리를 본다는 건 ‘늙음’과 ‘쇠약함’을 인정하는 것 같아서일까.

어쩌면 그들은 그저 보고 싶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 자리 앞에선, 고개를 돌린다

지하철이 붐빌수록 노약자석 앞은 상대적으로 한산하다. 서 있을 자리가 없어도 사람들은 그 앞에서 고개를 돌린다. 스마트폰을 꺼내든다. 창밖을 본다.

그 자리에 앉은 내가 불편한 존재가 되어버린다. 말도 없고, 움직임도 적은 나는 그들에게 하나의 ‘그림’처럼 보일 뿐이다.

그 침묵 속에 앉아 있으면 나는 때로 ‘세상에서 한 걸음 물러난 사람’이 된 것 같다.

나도 그랬다

사실, 나도 한때는 그 자리를 의식조차 하지 않았다. 노약자석 앞에서 이어폰을 끼고 의자에 기대 졸기도 했고, 빈자리를 힐끗 보며 “아, 아직은 저긴 내 자리가 아니야.” 속으로 그렇게 정리한 채 지나치곤 했다.

그 시절의 나는 언젠가 그 자리에 앉게 될 거라는 사실조차 상상하지 않았다.

이 자리는, 오래된 시계처럼 움직인다

노약자석은 늘 그 자리에 있다. 지하철이 새로 바뀌어도 그 자리는 거의 동일한 곳에 놓여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자리를 중심으로 세대의 흐름이 끊임없이 교체된다.

젊은 이들은 무심코 지나가고 중년은 잠시 멈추었다가 노인은 자연스럽게 앉는다.

그 모습이 마치 시간이 지나면서 바늘이 교체되는 오래된 시계처럼 느껴진다.

젊은 이들에게 바라는 것

나는 그들에게 무조건 자리를 양보하라는 말을 하고 싶지 않다. 그보다는 그 자리를 ‘쓸쓸하게 만들지 않기’를 바란다.

가끔은 그 자리를 쳐다봐주길, 가끔은 눈인사라도 해주길. 그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이 그저 ‘늙은 사람’이 아니라, 자신과 같은 삶을 지나온 ‘또 다른 나’일 수 있음을 느껴주길.

그 정도면 충분하다.

이 자리는, 당신의 미래다

노약자석에 앉아 있으면 세대 간의 거리감이 의자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선명해진다.

하지만 그 자리는 지금 나의 자리이자 앞으로 당신이 마주하게 될 자리이기도 하다.

그걸 알게 되면 노약자석은 단순히 ‘남의 공간’이 아니다. 예고된 미래의 한 장면이다.

그리고 그 장면을 조금 더 따뜻하게 기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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